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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개에게 천도재를 해 준 젊은부부

by 게으른수행자 202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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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재

개에게 천도재를 해 준 젊은 부부

오래전, 그동안 무교로 살던 내가 불교에 막 입문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나는 불교와 인연이 닿은 후, 당시 힘들고 혼란했던 내 마음을 불교를 통해 추스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불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지 불과 3일 만에 사찰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사찰일을 하며 10개월 동안 있었습니다. 10개월 동안 사찰에 머무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당시에 나는 불교에 입문했지만, 불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부처님이 어떤 존재인지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수행을 위해 갔던 사찰은 납골당이 있는 큰 사찰로 하루하루가 정말 바쁘고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납골당이 있는 사찰이다 보니, 하루에 보통 화장터에서 1~2구의 영가가 들어왔고, 제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찰이었습니다.

 

어느 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가 스님과 함께 사찰 뒤뜰, 사람이 다니지 않는 언덕 위를 한참 동안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뭘 하고 계셨는지 궁금해 나중에 스님에게 여쭤봤습니다.

 

"스님, 아까 젊은 분들이랑 언덕은 왜 올라가신 겁니까?"

그랬더니 스님이 말씀하시길

" 아, 그 젊은이들은 부부인데, 키우던 개가 죽었나 봐, 그래서 개를 납골당에 들이고 천도재를 올리고 싶다는데, 개는 사람이랑 같이 납골당에 들일 수 없으니, 언덕에 유골함을 묻자고 해서 둘러 본거야"

 

스님의 말씀을 듣고, 불심이 거의 없던 나는 그 젊은 부부가 황당했습니다. 개에게 천도재를 지낸다는 소리를 처음 들어봐서인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마 이글을 보고, 개에게 천도재를 지낸다는 말을 처음 들으셨다면, 당시 제 마음과 비슷하실 것입니다.

 

그 젊은 부부가 불교신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당시의 제마음은 그 젊은 부부가 오지랖도 참 넓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는 돈이 없어서 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데, 개를 위해 천도재까지 지낸다고 하니 돈 쓸 일이 정말 없는 한심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는 불교와 인연이 닿기 전에는 돈에 대한 욕심도 많았고, 돈이 있다면 어떤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해야겠다는 허황된 야망도 아주 컸습니다. 불자가 되기로 마음은 먹고, 사찰에 들어왔지만 나는 불경 한번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속세의 탐진치는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에게 천도재를 지내고 싶다는 그 젊은 부부가 이해하기 어렵고 좋게 보일리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몇 년 후,

나는 충북 진천 외곽에 있는 조용하고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그 아파트는 특이하게도 산과 산 사이에 자리 잡은 아파트였습니다. 말 그대로 베란다에서 보면 바로 앞에 산이 있고, 현관문을 열면 바로 앞에 산이 있는 그런 아파트였습니다. 

 

다친 길고양이를 처음 봤을 당시의 모습

아파트로 이사를 온 날,

이삿집을 다 옮기고 갈증이나서  물을 사기 위해 마트를 가다가, 우연히 마트 가는 길목에서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보일 정도로  바짝 마르고 다리를 다친 길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그 다친 길고양이는 사람이 돌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그 길고양이를 잡에 집에서 케어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 고양이는 성격이 보통이 아니었고, 경계심이 워낙 많아 근처에 가까이 가면 다리를 절룩거리며 죽기 살기로 도망을 쳐서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날부터 그 다친 길고양이 먹이를 챙겨주게 되는데, 그곳에는 다친고양이 외에도 꽤 여러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다친 길고양이 먹이를 챙겨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길고양이들의 먹이도 챙겨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길고양이 먹이를 챙겨준 지 1년 후, 다음 해 봄이 되자 길고양이들이 번식을 하여 새끼고양이들이 태어났습니다.

 

당시 다리를 다쳤던 새끼고양이를 발견했을때 모습

 

어느 날 길고양이들 밥을 주러 갔는데,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3일 동안 보이질 않았습니다. 처음엔 어디 놀러 간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어디선가 가늘게 우는 새끼고양이 소리가 들려 주변을 살펴보니, 3일 동안 안 보였던 새끼고양이가 꽤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꼼짝 못 하고 가늘게 울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뒷다리를 다쳐 움직이질 못했습니다.

 

병원에 데려가 진찰 해보니 뒷다리 골절이었습니다. 그렇게 다리가 골절된 새끼고양이와 인연이 되어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끼고양이와 함께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애완동물과 함께 살던 사람들이 키우던 애완동물이 죽으면, 많이 우울해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고양이와 3년을 함께 살다 보니, 그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지금 나와 인연이 되어 3년째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내가 사찰에 있을 때 개의 천도재를 지내고 싶다는 그 젊은 부부가 생각이 나고,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개의 천도재를 하고싶다던 그  젊은 부부의 자비로운 마음을 알기까지 나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렀습니다. 그 젊은 부부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이미 불교의 자비로운 마음을 알고 실천하고 있었지만, 나는 반평생을 살면서 길고양이를 키우면서 그 자비로운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길고양이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면, 그 젊은 부부의 자비로운 마음을 영원히 알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불교에서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입이 달토록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들이 현실적으로 크게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나는 그 젊은부부를 생각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습니다. 특히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사는곳은 산밑에 국도가 많아 도로를 다니다 보면, 로드킬을 당해 죽은 동물들을 간혹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죽은 사체를 도로가로 치워주는 정도였지만, 나중엔 자동차 트렁크에 항상 작은 삽과 마대와 패드를 싣고 다니며 로드킬 당해 죽은 동물들의 사체를 수거해 땅에 묻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잉어나 붕어, 미꾸라지등을 매달 사서 강에다 방생하는 일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방생 할 민물고기를 살 때도 가급적 몸에 상처가 있거나 상태가 가장 안 좋은 물고기를 위주로 골라 방생을 했습니다.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사는 동안까지라도 비좁은 수조가 아닌 넓은 강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다리를 다쳐 집에 들여 온 새끼고양이는 지금 3년째 나와함께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지만, 나중에 인연이 다하여 죽게 된다면, 나도 그 젊은 부부처럼 고양이를 위해 천도재를 해주고 싶고, 해줘야 될것 같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천도재를 해서 고양이가 다음생에는 좋은곳에 태어나 좋은 몸을 받게 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불교는 머리로 이해하는 지식이 아니라, 현실속에서 자비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 젊은 부부를 통해 머리로만 하는 불법이 아닌 실천하는 불법을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위의 다친길고양이와 1년넘게 함께한 순간들을 영상을 보고싶다면 아래 유튜브채널을 통해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길고양이채널

길고양이들과 함께 한 순간들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www.youtube.com

 

 

굿모닝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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