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보러 절에 오지마라!" (성철스님 법문)
대구 파계사 성전암에 있을때는 어떻게나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지, 산으로 피해 달아나기도 했지요. 그러면 산에까지 따라옵니다. 한 말씀만이라도 해달라 이거라. 그래 내가 그랬지요.
“그럼 내 말 잘 들어! 중한테 속지 말어! 나는 승려인데 스님네한테 속지 말란 말이야!” 이 한마디밖에 나는 할 말이 없어요. 그래도 자꾸 찾아오길래 할 수 없이 철망을 쳤지요.
성철 큰 스님은 당신이 위대한 큰 스님이니, 당신에게 절을 3천 번올리라고 말한 일이 결코 없었다. 누구든 부처님께 직접 3천 배의 절을 올리면서 스스로 부처되는 길을 찾고, 깨달으라는 깊은 뜻이었다.
1950년 5월, 그러니까 6.25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스님이 경북 문경에 있는 봉암사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였다. 이 당시 성철스님은 청담, 향곡 등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스님들과 함께, 봉암사 공주규약을 정해놓고 처절한 수행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반인 향곡 스님의 부탁을 받고, 부산에서 올라온 신도들에게 설법을 하게 되었다. 이날 성철 스님은 ‘불공’에 대해서 법문을 했는데, 신도들에게 참으로 파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여러분은 흔히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린다’고들 말하는데, 그게 잘못된 것입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불공은 결국 중생을 이롭게 하라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많은 물자를 당신 앞에 갖다 놓고 예불하는 공을 들이고 하는 것보다, 잠시라도 중생을 도와주고 중생에게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 몇 천만 배 더 낫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은 나에게 돈 갖다 놓고 명과 복을 빌려하지 말고, 너희가 참으로 나를 믿고 따른다면 내 가르침을 실천하라고 하셨습니다. 중생을 도와주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부처님 뜻입니다. 불공이란 남을 도와주는 것이지, 절에서 명(命)도 주고 복(福)도 준다고 목탁 두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절에서 불공 가르치는 곳이지, 불공드리는 곳이 아닙니다. 불공은 절 밖에 나가 남을 돕는 것입니다. 다들 알겠습니까?
이날의 성철 스님 법문은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는 파격적인 내용이었으니, 신도들은 이 법문을 듣고 부산으로 내려가 이날 들은 내용을 퍼뜨리고 다녔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 법문 내용이 입에서 입으로 번지고 번지니, 부산과 경남 지방의 스님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성철 스님의 법문은 결국 절에 돈 갖다 주지 말라는 말인데, 그러면 우리 중들은 모두 굶어 죽으라는 소리냐?” 스님들이 이렇게 아우성을 쳤던 것. 그래서 당시의 경남종무원에서는 긴급회의를 열고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라고 성철스님에게 경고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경고를 전하러 온 스님에게 성철스님은 오히려 큰소리를 쳤습니다. “언제 죽어도 죽는 건 꼭 같다. 부처님 말씀 전하다 설사 맞아 죽는다고 한들 무엇이 원통할까, 그건 영광이지. 천하의 어떤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해도, 나는 부처님 말씀 그대로를 전할뿐, 딴소리는 할 수 없으니 그런 걱정하지 말고 당신네들이나 잘하 거래.”
그 후로도 성철스님은 해인사 스님들을 상대로 법문을 통해 똑같은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부처님 말씀을 중간에서 소개하는 것이지, 그기 내 말이라고 생각하면 큰일 납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승려란 부처님 법을 배워 불공 가르쳐주는 사람이고, 절은 불공 가르쳐주는 곳입니다. 불공의 대상은 절 밖에 있습니다. 불공 대상은 부처님이 아닙니다. 일체중생이 다 불공 대상입니다.
승려들이 목탁치고 부처님 앞에서 신도들 명과 복을 빌어주는 것이 불공이 아니라, 남을 도와주는 것이 참다운 불공이다. 이 말입니다. 부처님 팔아서 먹고살지 마라. "어떤 도적놈이 나의 가사장삼을 빌어 입고, 부처님을 팔아 자꾸 여러 가지 죄만 짓는가? 누구든지 머리 깎고 가사와 장삼을 빌어 입고 승려의 탈을 쓰고 부처님을 팔아서 먹고사는 사람을 부처님께서는 모두 도적놈이라 하셨습니다.
다시 말하면, 승려가 되어 가사와 장삼을 입고, 도를 닦아 도를 깨우쳐 중생을 제도하지는 않고, 부처님을 팔아 자기의 생계수단으로 삼는 사람은 부처님 제자도 아니요, 승려도 아니요, 다 도적놈이라는 겁니다." 능엄경을 인용한 법문입니다. 철저한 수행과 정진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당시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 그야말로 호구지책으로 머리를 깎은 승려들이 적지 않던 상황인데, 성철스님이 단도직입적으로 이를 지적한 셈입니다. 이어지는 법문.
"우리가 승려가 되어 절에서 살면서 부처님 말씀 그대로를 실행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부처님 가까이는 가봐야 할 겁니다. 설사 그렇게는 못한다 하더라도 부처님 말씀의 정반대 방향으로는 안 가야 할 것입니다. 나는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 몸 얻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어렵다'인데, 다행히 사람 몸 받고 승려되었으니, 여기서 불법을 성취하여 중생제도는 못할지언정 도적놈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만약 부처님을 팔아서 먹고사는 그 사람을 도적이라 한다면 그런 사람이 사는 처소는 무엇이라고 해야겠습니까? 그곳은 절이 아니고 도적의 소굴, 적굴(賊窟)입니다. 그러면 부처님이 도적에게 팔려 있으니 도적의 앞잡이가 되는 것이지요. 우리 자신이 도적놈 되는 것은 나의 업이라 어쩌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지옥으로 간다 할지라도 달게 받겠지만, 부처님까지 도적놈 앞잡이로 만들어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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